저자정보: 캐나다 토론토의 North Toronto Neurology 소속 프랭크 첸(Frank Chen), 조슈아 더크만(Joshua Duckman), 브렌든 라비노비치(Brenden Rabinovitch), 카트린 한네손(Katrin Hannesson), 에반 루이스(Evan Lewis)
논문개요: 난치성 뇌전증(drug-resistant epilepsy, DRE)을 앓는 성인 및 소아 환자 19명이 의료용 대마 오일 치료로 완전한 발작 억제(seizure freedom)를 경험했다는 사례 연구(case series)가 2025년 5월 19일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배경: 일반적으로 2종 이상의 항간질 약물을 시도했음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 DRE로 분류되며, 전체 뇌전증 환자의 30%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 항간질 약물은 전압게이트 이온채널이나 GABA 억제 기능을 타깃으로 하지만, 환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발작을 완전히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용 대마 기반 제품(CBPM; Cannabis-Based Products for Medicinal use)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임상 개요: 이번 연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캐나다 토론토의 외래신경클리닉에서 진료받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 174명 중 CBPM 치료로 90일 이상 연속 발작 억제를 경험한 1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사례 연구다. 이 중 15명은 소아, 4명은 성인이었으며, 5명은 1년 이상 발작이 완전히 사라지는 효과를 경험했다.
주요결과:
- 90일 이상 발작 없음: 19명 전원
- 1년 이상 발작 없음: 5명 (전체의 2.9%, 소아 환자군의 4.0%)
- 현재까지도 발작 없음: 5명 (2024년 10월 기준)
- 평균 완전 발작 억제 기간: 245일
- 삶의 질 개선: 89.5%의 환자 보고
- 부작용: 졸림, 식욕감소, 피로 등 경미한 증상 보고 (전체의 52.6%)
CBD와 THC 병용 효과 확인: 치료에 사용된 오일 기반 제품은 대부분 CBD와 THC를 함께 포함한 조합이었으며, 발작 억제 효과는 특히 두 성분의 병용 시 더욱 뚜렷했다. CBD 단독 투여 시에는 26.3%의 환자에서 효과를 보였고, 나머지 73.7%는 CBD+THC 병용 치료로 발작 억제를 경험했다.
연구의의: 본 연구는 기존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드물게 관찰되던 발작 완전 억제 사례를 실생활 기반(real-world evidence) 데이터로 보강하였으며, 의료용 대마 사용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저자들은 “대마 기반 치료가 기존 항간질제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이는 일부 환자군이 존재한다”고 판단하며, “이들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생물학적 마커 개발과 제도적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상황과의 비교: 현재 한국에서는 의료용 대마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서는 난치성 소아 뇌전증 치료제로 FDA, EMA, Health Canada 등의 승인을 받은 ‘에피디올렉스(Epidiolex)’가 이미 시판 중이다. 앞서 2020년 연세대·서울대·가톨릭대 공동 연구진이 국내 최초로 소아 뇌전증 대상의 CBD 임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후 정부의 제도적 움직임은 답보 상태다.

전문가 의견: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 에반 루이스 박사는 “기존 항간질 약물로는 통제가 불가능했던 발작이 의료용 대마 치료로 완전히 사라지는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출처: Chen FY, Duckman JM, Rabinovitch BS, Hannesson KJ, Lewis EC. 19 patients report seizure freedom with medical cannabis oil treatment for drug-resistant epilepsy: a case series. Front. Neurosci. 19:1570531. doi: 10.3389/fnins.2025.1570531